페블 타임 리뷰: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워치”

페블 타임 리뷰: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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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말

작년 가을 애플이 워치를 처음 발표했을 때, 퍼뜩 스쳐가는 생각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iPhone 사용자로서 과연 애플워치가 필요할까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다른 스마트워치들이 애플워치와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자는 제가 아무리 애플 제품들을 좋아한다고 해도, 애플워치의 주요 기능들은 다 iPhone에서 구현하는 것들인데, 이 기기가 과연 제게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질문에 자신스럽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고, 결국 1세대 애플워치는 패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왜 애플워치 구매를 포기했는가 하는 상세한 설명은 이 글의 목적에 맞지 않기 때문에 할 말은 많지만,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자는 스마트워치가 아직 신제품 카테고리로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애플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지지층을 타 업체들의 스마트워치들이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일종의 노파심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페블 타임 (이후부터는 ‘타임’으로 부름)이 킥스타터 프로젝트로 발표되었고, 저는 $179을 페블에 지불하고 (실제로는 송료와 세금을 합하면, $200이 조금 넘음), 초기 킥스타터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블랙, 화이트, 레드 컬러 옵션 중에서 블랙 타임을 주문했습니다. 이달 초 타임을 배송받고 2주 이상 동안 사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이 지면을 빌어 독자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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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은 디자인 면에서 1세대에 비해 크게 향상된 제품입니다. 먼저 흑백 e-ink 디스플레이에서 컬러 e-ink 디스플레이로 업그레이드되었고, 워치 케이싱 자체도 1세대보다 훨씬 더 시계 같은 룩앤필을 제공합니다. 고무 재질의 밴드도 착용감이 예상보다 괜찮은 편입니다. 타임은 오랫 동안 착용하기에 불편하지 않고 또한 가볍습니다. 저는 수면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심지어 잘 때도 타임을 착용했고, 골프 라운딩에서도 걸음수를 측정하기 위해 착용했습니다.

타임은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워치들처럼 크지도 않고, 38mm 애플워치와 비슷한 사이즈입니다. 저같이 손목이 작은 사람들에게는 적합한 사이즈입니다.

그러나 오랫 동안 고급 시계를 착용해 왔던 사람으로서 페블 타임의 플라스틱 케이싱은 싸구려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페블은 곧 타임의 스틸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플라스틱 버전만 구매가 가능합니다. 또한 케이싱 전면의 베젤이 너무 두꺼운 것도 디자인 면에서 아쉬운 점입니다. 베젤을 좀 더 얇게 하고, 워치페이스를 좀 더 크게 디자인해 더 많은 콘텐트를 디스플레이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타임은 비디오 클립을 재생하고 사진들을 디스플레이하기 위해 디자인된 스마트워치는 아닙니다. 단지 항상 켜져 있는 워치와 다양한 알림들을 사용자들이 그들의 스마트폰들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기능들’만 제공하도록 디자인된 제품입니다.

확실히 디자인 면에서만 본다면, 타임은 애플워치와 모토 360을 포함한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 스마트워치들에 비해 유행에 뒤지는 워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타임의 144 x 168 해상도 182ppi 디스플레이는 앱들의 텍스트와 이미지가 매끈하게 떨어지는 경쟁 제품들과 달리, 화소 처리된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타임은 스마트워치로서 기본 임무를 총실하게 수행하는 과거/미래 기반의 담백한 UI를 제공합니다. 좌측의 물리 버튼과 우측에 위치한 3개의 물리 버튼들은 스마트워치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에게 별도의 가이드가 없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 하드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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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은 1.25인치 64 컬러 저온 폴리실리콘 (LTPS) 혹은 e-ink로 더 잘 알려진 디스플레이를 제공합니다. 이 디스플레이는 경쟁제품들의 디스플레이들보다 몇 가지 면에서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매일 저녁마다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저전력 디스플레이라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이 디스플레이가 ‘항상 켜져 있어’ (always on), 다른 경쟁제품들과 달리 스크린을 켜기 위해 별도의 작동 방식을 구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 기능은 알림들을 받을 때 단지 수 초만 유지됩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손목을 흔들어 백라이트 기능을 비록 수 초 동안이지만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점은 태양광 아래에서의 가독성입니다. 이 디스플레이는 강한 태양광 아래에서도 시간과 알림들을 확인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백라이트가 항상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는 가독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경우에는 손목을 흔들면 백라이트 기능이 활성화되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타임은 지문 방지 코팅과 함께 코닝 커브드 고릴라 3 강화유리가 제공됩니다.

케이싱의 크기는 버튼들을 제외하고, 40.5 x 37.5 x 9.5mm이고, 무게는 42.5g으로, 손목에 착용했을 때 크고 무겁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밴드는 표준 22mm를 채용해, 모든 22mm 워치 밴드들과 호환됩니다. 그러나 고무 재질의 밴드는 평상시 착용과 심지어 운동 및 수면 시 착용에도 아주 편안합니다. 그리고 밴드에는 많은 홀들이 있어 다양한 용도로 타임을 손목에 착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물론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운동할 때는 땀 때문에 타임을 약간 헐겁게 착용하고, 평상시에는 약간 조이는 느낌으로 착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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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은 블루투스 2.1과 블루투스 4.0 + LE를 모두 지원해, 기본은 2.1 규격을 사용하지만, iOS 7 이상에서는 4.0 + LE를 사용합니다. 타임은 또한 3축 가속 센서, 전자 컴퍼스, 주변조도 센서, 마이크로폰, 30m 수심 방수 기능 등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애플의 Mag 세이프와 비슷한 자석식 충전 시스템도 제공하지만, 자력이 예상보다 약해 충전 시 워치가 가끔 충전 케이블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습니다.

타임은 16MB 외장 스토리지, 256KB 램 및 4KB 백업 램 그리고 1MB 시스템 스토리지를 제공해, PebbleOS가 얼마나 가벼운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삼성 SDI가 공급하는 150mA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해, 보통 1회 충전 시 7일을 사용할 수 있다고 페블은 주장합니다.

그러나 타임은 다른 고급 스마트워치들에서 제공하는 GPS, 심박 센서 등 고급 부품들은 제공하지 않지만, 추후 서드 파티 개발자들이 케이싱 후면에 위치한 충전 단자와 밴드의 조합으로 추가 배터리, GPS, 센서들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소프트웨어

타임은 터치스크린 기기가 아닙니다. 대신에 타임을 구동하는 PebbleOS 3.0은 총 4개의 물리 버튼들로 컨트롤됩니다. 워치 케이싱 좌측에는 홈/백 버튼이 있고, 우측에는 위/선택/아래 버튼이 있습니다. 이는 터치스크린 기기들과 비교할 때 무척 거추장스럽게 들리지만, 사실 이 시스템은 잘 작동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약속, 미리알림, 일기예보 등의 추후 48시간 타임라인이 디스플레이되고, ‘위’ 버튼을 누르면 이전 일정, 알림들, 스포츠 점수들, 부재중 전화들 같은 아이템들을 리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와 ‘아래’ 버튼들에 특정 앱들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버튼을 한 차례 눌러 ESPN 혹은 Misfit 같은 앱을 실행하게 합니다.

그리고 ‘아래’ 버튼 밑에 작은 홀이 있는데, 그것은 사용자들이 SMS에 구술로 답변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크로폰입니다. 그러나 이 기능은 아직 정확도도 좀 떨어지고, SMS에 구술로 답변할 수 있는 시간제한은 6초 뿐이어서 사용효율성은 크게 떨어집니다. 이는 또한 구글 나우나 애플 Siri 같이 보이스 검색 기능으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페블은 타임을 출시한 이후, 자사 앱 스토어에 많은 워치페이스들과 앱들을 추가했습니다. 페블은 자사 앱 스토어에 6000개 이상의 앱들이 등록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유용한 앱들의 수는 제한적입니다. 그나마 워치페이스의 선택은 좀 나은 편입니다. 페블 앱 스토어를 이용하면서 가장 크게 불편을 느꼈던 것은 페블이 앱들에 대한 큐레이션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앱들의 분류가 너무 산만하고, 복잡해 쉽게 유용한 앱들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는 페블이 아직 앱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그다지 크게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고, 이런 점은 애플에게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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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타임의 알림 기능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전화, 이메일, SMS, 페이스북, 카카오톡, ESPN의 야구경기 점수들, 트위터, 뉴욕타임즈 등으로부터 알림들은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같은 정확한 알림 기능 때문에, 단지 알림들을 보기 위해서 iPhone 6와 갤럭시 S6 에지를 이전보다 훨씬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타임의 알림 기능은 이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는 가장 큰 장점이고, 가장 큰 즐거움들 중 하나입니다.

타임은 iOS와 안드로이드를 둘 다 지원하는 크로스-플랫폼 기기입니다. 그러나 무슨 이유서인지는 몰라도 iOS 앱의 기능성이 안드로이드에 비해 떨어집니다. 한 예로 SMS에 대해서 iOS 앱은 메시지를 폐기하는 것 외에는 다른 옵션이 없지만, 안드로이드 앱은 이모지 포함이나 음성을 통한 답변 등을 포함해 메시지에 답변하는 여러 방식들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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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제한 때문에 운동 혹은 수면 측정 같은 활동 추적 기능을 사용하려 할 때, 설정에서 앱을 하나만 선택할 수 있어 다른 좋은 앱들을 사용할 수 없다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도보계와 수면측정을 위해 각각 별도의 앱들 대신에 오직 Misfit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미래의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수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배터리 수명

타임의 최대 장점은 오래 가는 배터리 수명입니다. 페블은 공식 사양 페이지에서 1회 충전 시 7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제 경우에는 연속 사용 시 4일 + 알파 정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타임의 알림 설정에서 거의 모든 앱들에 알림 기능을 활성화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4일을 사용하고 나면 배터리 잔량이 20% 남았다는 경고가 뜨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페블의 주장보다는 좀 못 미치는 성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임의 배터리 수명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페블에 의하면, 타임의 경우 배터리 소모는 70%가 CPU가 차지하고, 디스플레이는 오직 4%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타임의 디스플레이가 항상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그 비밀이 바로 컬러 e-ink 스크린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 원 모어 씽 (One More Thing)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께는 타임의 한국어 지원 여부가 큰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페블은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Cryingneko님이 페블 한국어 언어팩 (nK02)을 개발하고 이를 배포해, 타임에서도 이메일, SMS, 알림, 약속, 일기예보 등이 한글로 표시됩니다. 이 지면을 빌어 Cryingneko님께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참고로 설치 방법은 위 링크에서 언어팩을 다운로드한 후, 안드로이드 폰 (iPhone은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아직 작동하지 않습니다)에서 이 파일을 ‘페블 타임’으로 열어서 설치하면 됩니다.

:: 나가는 말

타임은 한 마디로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워치”입니다. 애플워치 같이 디자인이 예쁘지도 않고, 모토 360 같이 원형 워치페이스 스마트워치도 아닙니다. 또한 현재 시장에 나온 많은 스마트워치들처럼 GPS나 심박 센서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항상 켜져있는’ (always on) 스크린을 통해 언제든지 시간과 알림들을 확인할 수 있고, 애플워치와 달리 매일 밤마다 워치를 풀어 놓고 충전을 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비록 디자인이나 기능 면에서는 다른 스마트워치들에 비해 뒤지지만, 스마트워치의 기본 기능을 중요시하는 사용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타임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워치는 아니지만, iOS 혹은 안드로이드 어느 한 쪽의 스마트폰 생태계에 매이고 싶지 않은 사용자들은 구매해도 후회하지 않을 제품입니다. 타임은 “위대한” 스마트워치는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좋은 스마트워치입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타임의 가격이 $150 정도만 되었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었을 것이고, 다른 스마트워치들과 더 나은 경쟁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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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점들

– 오리지널 페블보다 향상된 디자인
– 태양광 아래에서의 좋은 가독성
– 시간 단위를 넘는 4일 이상의 배터리 사용 시간
– iOS와 안드로이드를 포함한 크로스-플랫폼 지원
– ‘항상 켜져있는’ (always on) 디스플레이
– 완벽한 알림 기능

:: 단점들

– 애플워치와 모토 360을 포함한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워치들에 비해 뒤지는 디자인
– 빈약한 기본 앱들
–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 워치페이스에 비해 너무 넓은 베젤
– 활동 추적 기능에 오직 하나의 앱만 선택할 수 있는 제한성

4 의견들

  1. 아마도 2016년은 되어야 진정 스마트워치다운 제품이 나올 것 같네요. 아직 애플워치를 포함해 모든 스마트워치들이 ‘포지셔닝’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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