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로서 애플 배터리게이트 바라보기

엔지니어로서 애플 배터리게이트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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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이 iPhone 6부터 시작해서 몇몇 기종의 배터리 용량감소를 극복하기 위하여 강제로 클럭을 낮췄다는 것을 시인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조금 놀랐기도 했으며, 아내의 iPhone 6가 조금 느려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사실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약간은 허탈한 기분이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공돌이로서, 그것도 배터리로 먹고사는 입장에서 애플의 변명에 대하여 분석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이 글을 적어봅니다.

배터리가 오래되면 클럭을 낮춰야 한다?
이 부분은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예전에 저도 회사에서 특허를 써 내라고 강요를 하여서, 내가 사용해야 하는 시간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서 LCD 밝기 및 CPU 클럭을 낮춰서 노트북 사용시간을 맞춰주는 특허를 출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심사에서 떨어졌네요. 사실 배터리는 사용하면서 계속 용량이 낮아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처음 용량의 70~80% 정도가 되면 배터리 수명은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애플이 배터리 수명을 어떤 조건에서 테스트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용시간이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어든 것에 대한 불만 보다는 속도가 느려져서 억지로 10시간 맞추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은 불만을 토로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액정이나 모뎀의 소모를 놔두고 CPU 클럭만 낮춰서 저 수치를 맞춘다면 단순히 20% 정도의 속도가 줄어드는것이 아니라 30~40% 이상 줄어들게 되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따라서 이 변명은 많이 구차해 보입니다. 그리고 사용자에 따라서 사용시간이 다소 줄어든다 하더라도, CPU 클럭이 낮아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고 시키는대로 사용하라는 것인가요?

겨울에 자꾸 죽으니 낮췄다?
제가 ARM 코어로된 제품을 개발한 적이 없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긴 합니다. 사실 배터리가 오래되면 내부 저항이 증가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 내부저항이 용량 20% 감소한다고 20% 증가하는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증가합니다. (저도 자세하게 얼마 증가한다고 말씀 드리기가 어려운것은 배터리를 어떤 재료로 만들었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남의 회사 제품을 제가 벤치마킹해 본 적이 없으므로 얼마나 증가하는지 수치를 쓰기가 그렇네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제법 많이 올라갑니다.) 더군다나 날씨가 추워지면 이 저항이 엄청나게 올라갑니다. 그럼 저항이 올라갔는데 왜 전화기가 꺼지냐구요? 제가 전에 적은 글을 검색해 보세요. 하지만 귀찮으신 분들은 중학교 때 배운 옴의 법칙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V=IR. 저항이 올라간 만큼 전압은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 애플의 해명이 신빈성이 있나요?
글세요. 제가 만약에 고객을 생각하는 엔지니어였다면 이에 대하여 충분한 대책을 세워서 만들 것 같습니다. 배터리 + 시스템에 존재하는 온도 센서들은 왜 있는걸까요? 저온에서만 클럭을 조정하게 하고, 일반적인 온도에서는 제대로 클럭이 나오게 하거나, 배터리 용량이 25% 미만으로 갈 때만 클럭을 낮춰 주도록 하는 등의 여러가지 방안을 사용했다면 이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애플의 해명이 거짓은 아니지만, 소비자를 위한 결정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미 애플은 시스템의 온도를 측정해서 너무 뜨겁거나, 너무 추울 때 충전을 못하게 하는 기능이 있으니 이런 아이디어를 적용할 기술이 없다는 변명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애플에 있는 수많은 박사님들께서 저같은 일개 엔지니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을 생각 못했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렵네요. 더군다나 애플의 배터리 관련 엔지니어들의 숫자가 세 자리를 넘어선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몰라서 못한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일부러 그랬다는 의심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사실 모바일 세계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는 매우 중요한 부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리튬이온은 상당히 불안정한 물질입니다. 그 불안정한 물질을 최대한 안정적인 상태로 사용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입니다. 지속적으로 용량 증가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우리고 있으나, 아직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 엔지니어들은 배터리에서 최대한 많은 전력을 끌어다 쓰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피크 전력 소모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예가 CPU에서 기본 클럭은 낮추려고 하지만 터보 모드들을 활용해서 순간 전류 소모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애플의 경우 처음 개봉할 당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의 120%를 뽑아내도록 설계를 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점점 느려지도록 방치를 한 걸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숨기고 있었고, 후에도 비겁한 변명을 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네요. 한명의 유저로서 애플에 부탁하고 싶습니다. 엔지니어의 자존심을 버리지는 말아주세요.

3 의견들

  1.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애플이 평소에도 욕 먹을짓을 많이 하잖아요. 이건 장사치 들이나 하는 짓이네요. 사실 저도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장사속으로 이런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습이다만.. 이런 부분을 오픈해서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베터리를 수리할 사람은 수리하면 되는데.. 숨겼다는건 새 아이폰을 사라는 의도가 있다라고 밖에 샹각할 수가 없네요.

    • 이번 배터리게이트로 인해 애플이 정말 투명한 회사로 거듭 났으면 좋겠어요. 제가 오래 전 안테나게이트 때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를 비롯한 애플 팬들이 무조건 애플을 옹호하려 하지 말고 잘못 된 것은 잘못이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 애플이 이런 관행들을 고치지 않으면 불매운동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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