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게이트’에 대한 애플의 사과: 진정성과 신뢰성 문제 드러내

[이슈] ‘배터리게이트’에 대한 애플의 사과: 진정성과 신뢰성 문제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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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목요일(미국시각) 노화된 배터리를 장착한 구형 iPhone을 의도적으로 감속시킨 관행에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볼 때 왠만하면 사과 없이 넘어가곤 했던 애플의 그동안 행태에 비하면 이는 꽤나 진전한 것이고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애플은 사과와 함께 iPhone 6 이상의 배터리를 내년 1월 말(애플은 말을 바꿔 올해 12월 30일부터 시작한다고 발표)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원래 교체 가격 $79보다 $50이 할인된 $29에 교체해 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내년 초 iOS 업데이트에 배터리 건전상태를 사용자에게 알려 주는 기능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죠.

그런데 애플이 사과한 내용을 보면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지만 크게 두 가지가 대두됩니다. 하나는 진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성의 문제입니다.

::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

애플은 자사의 다른 하드웨어 결함이나 이번 구형 iPhone 감속 스캔들의 초점이 되었던 핵심적인 주제 곧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 iPhone으로 업그레이드 하도록 의도적으로 구형 iPhone 모델들을 감속시킨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단지 이 감속 조치를 사용자들의 컨센서스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의도적으로 선택한 것만 사과했습니다.

물론 애플이 소비자들이 의심하고 있는 사항들을 시인하고 이에 대해 사과한다면 이는 민사적 배상 차원 이상으로 형사적 기소까지 갈 수 있는 민감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애플은 이 점 만큼은 끝까지 사과히지 않고 기존 주장을 고수할 것입니다.

애플이 이전과 달리 이번에 발빠르게 대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일부 고객들은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존 비용보다 $50이 할인된 $29로 자신의 iPhone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으로 이 문제는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할 사용자들도 있겠죠. 그러나 적어도 제 생각에는 애플의 사과와 대처방식에 진정성이 결여되었다고 봅니다.

– 먼저 이번 사과는 애플 CEO 팀 쿡의 이름이 아닌 ‘애플’의 이름으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는 올해 회사 매출과 이익의 큰 성장으로 1.02억 달러의 연봉과 보너스를 받은 CEO가 선택할 옳은 처사는 아닙니다. 천문학적 액수의 보상금은 챙기고, ‘배터리게이트’ 같은 큰 이슈에서는 ‘애플’ 이름 뒤로 숨는 처사야말로 그가 얼마나 비겁한 리더인지 잘 보여주는 한 예입니다.

2016년 2월 애플은 샌버르나디노 테러범의 iPhone을 언락하라는 FBI의 요청을 받고 진퇴양란의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애플이 FBI의 요청을 들어주면 그 동안 주장해 왔던 ‘사생활 보호’의 선봉장이라는 회사 홍보가 물거품이 되겠고, 또 안 들어주면 국가안전에 반하는 회사로 몰릴 아주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었죠.

그때 쿡은 직접 자신이 서명한 “우리 고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타이틀의 서신을 고객들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왜 애플이 샌버르나디노 테러범의 iPhone을 언락해 달라는 FBI와 미국정부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는지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그들이 이를 이해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쿡의 이중성을 보게 됩니다. 사실 샌버르나디노 건은 대부분의 iPhone 사용자에게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배터리게이트’는 수백만 아마도 수천만명의 iPhone 사용자가 영향을 받은 이슈입니다. 애플이나 사용자에게 모두 샌버르나디노 때보다 더 중요하고 더 실생활에서 와닿는 이슈입니다. 그런데 샌버르나디노 때는 “애플 CEO 팀 쿡”의 이름으로 서신을 보냈고, 이번에는 “애플” 이름으로 성명을 낸 것입니다.

– 더 중요한 것은 쿡이 iPhone 기본 앱에서 ‘구글 맵’을 제거한 후 아주 부실하고 준비되지 않은 채로 배포된 ‘애플 맵’으로 대체했을 때 많은 사용자가 들고 일어나 애플을 비판했죠. 그때 쿡은 직접 “지도에 대한 팀 쿡의 서신”이라는 타이틀로 사과 서신을 고객들에게 보냈습니다. 그러면 그때는 사과 서신을 직접 보내고 왜 이번에는 ‘애플’ 이름으로 사과 성명을 자사 웹사이트에 포스팅 했을까요? 아마도 그 이유는 다음 주제 ‘신뢰성’ 부분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이번 만큼은 ‘애플’ 이름 뒤에 숨고 싶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점입니다.

:: 고객들에게 신뢰성을 잃은 애플

애플은 이번 ‘배터리게이트’로 고객들에게 신뢰를 크게 잃었습니다. 심지어는 충성 고객들 중에도 상당수가 더 이상 애플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는 애플을 주로 취재하는 테크 기자들도 포함됩니다. 애플이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애플이 그처럼 애지중지했던 브랜드 이미지가 큰 손상을 입는 타격이라면, 다른 하나는 앞으로 진행될 소송들을 통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게이트’에 대한 진상이 밝혀질 때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신뢰성 손상입니다.

– 애플이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뢰성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고객들이 ‘배터리게이트’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번 이슈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애플에 적잖이 실망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오해가 있었기에, 이 자리를 빌려 관련 내용에 대해 소상히 밝히고, 앞으로 어떤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볼드 체는 단지 강조하기 위한 것)라고 말합니다.

애플에 따르면 이 “많은 오해”는 올해 초 애플이 iPhone이 갑자기 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한 조치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노화된 배터리를 장착한 일부 구형 iPhone 모델들이 배터리 잔량이 30%가 남았음에도 불구히고 예기치 않게 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애플은 iOS 10.2.1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내놓게 됩니다.

애플은 이렇게 말합니다. “약 1년 전 배포된 iOS 10.2.1에는 iPhone 6, iPhone 6 플러스, iPhone 6s, iPhone 6s 플러스, iPhone SE에서 예기치 않게 전원이 꺼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 부하가 최고치에 이를 시 전력 관리를 향상시켜 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포함되었습니다. 이 업데이트를 설치하면 iOS는 전원 꺼짐을 방지해야 할 경우 일부 시스템 구성 요소의 최대 성능을 능동적으로 관리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가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간혹 앱 실행 지연 및 기타 성능 저하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iOS 10.2.1은 예기치 않은 전원 꺼짐 현상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켜 주었으며, 이에 대한 고객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iOS 11.2를 통해 iPhone 7 및 iPhone 7 플러스까지 이 기능이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물론 화학적으로 노화된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할 경우, 표준 환경에서의 iPhone 성능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라고 말해 iPhone 감속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죠. 이것 또한 웃기는 것이 왜 다른 경쟁업체들(이미 HTC, Motorola, LG, 삼성은 CPU를 감속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과 달리 애플만 감속에 매달리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이슈의 간략한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의 그 동안 행태로 볼 때, 일부 iPhone 모델들의 예기치 않은 꺼짐 문제는 중국이 개입하고 압력을 넣지 않았더라면 애플은 아직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2016년 말 ‘중국 소비자 협회'(CCA)로 불리는 단체가 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이는 중국 내 ‘반-애플’ 여론이 막 조성될 참이었습니다.

애플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 배터리 이슈가 2015년 9월과 10월 사이에 제조된 “극소수”의 iPhone에 해당된다고 인정했죠. 그리고 무료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을 론칭했습니다. 애플은 또한 추가로 자사 중국 웹사이트에 이 배터리 이슈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 협회’는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애플에게 압력을 가했고 모든 결함있는 배터리를 교체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죠. 애플은 마침내 올해 초 노화된 배터리를 장착한 일부 iPhone 모델들을 감속시키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하게 됩니다. 그러나 애플은 이같은 수정을 고객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왜 이 이슈를 계속 투명하지 않게 처리할까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애플이 뭔가 감추려고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도 이 ‘배터리게이트’는 애플의 주장처럼 단지 배터리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마침내 올해 플랙십 모델인 iPhone 8, 8 플러스, iPhone X에서 해결했을 수 있는 다른 문제, 하드웨어 결함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애플이 이 큰 문제에 대해 CEO 팀 쿡은 감추고 ‘애플’ 이름으로 계속 대응하려 하는 이유라고 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구요? 앞으로 애플이 법정에서 싸워야 하는 미국과 해외의 소송들(현재까지 법원에 접수된 최소 16건의 소송들)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애플은 계속 이 ‘배터리 게이트’를 오직 배터리 문제만으로 몰고 가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있을 법정 공방을 대비한 것입니다. 잘 아는 것처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와 달리 애플의 iOS는 그 소스 코드가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고측 변호사들은 멍청이들이 아닌 이상 분명히 밥원에 iOS 소스 코드를 요청할 것이고, 각 법원의 판사들은 애플에게 이 건과 관련된 회사 내 통신(이메일 포함)과 소스 코드를 제출하라고 애플에게 명령할 것입니다. 물론 애플 변호사들은 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죠.

마지막으로 법정 공방은 팀 쿡이 숨고 대신에 애플을 내세우는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일 이 ‘배터리게이트’와 관련해 쿡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면 그는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되어 출두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것도 한 두 건도 아닌 그 많은 소송들에 CEO가 끌려 다니면서 귀중한 시간을 소비한다면 누가 애플 같은 거대한 기업을 이끌어 가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측 변호사들은 할 수만 있으면 쿡을 증언대에 세우려고 할 것이고 애플 변호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 만큼은 막으려고 할 것입니다.

만일 최악의 시나리오로 법정 공방을 통해 이 ‘배터리게이트’가 하드웨어와 관련된 문제로 판명되거나 애플이 고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iPhone으로 업그레이드 하도록 구형 iPhone 모델들을 감속시킨 것이 드러나면 애플 브랜드 이미지는 전례없는 상황으로 손상될 것입니다. 만일 최선의 시나리오로 하드웨어 결함이 아닌 단순한 배터리 문제로 드러난다 해도 애플은 이미 많은 고객들에게 신뢰성을 잃었고 이를 회복하는 데 최소 수년이 걸릴 것입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그렇게 물렁물렁 하지 않고 아주 똑똑하다는 것이고 애플과 다른 업체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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